레이어스 오브 피어는 나에게 애증의 게임이다.
몇년전에 구매해두고 마지막 6챕터를 차마 못 끝내서 거의 2년?
정도만에 드디어 엔딩을 봤다.
그동안 엔딩을 보지 못해 차마 지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플레이할 용기는 없고해서
늘 바탕화면 한켠에서 터줏대감 마냥 자리잡고 있었다.
눈 마주칠때마다 어찌나 속이 쓰리던지,,,
하필 또 게임 아이콘도 여인이 그려져 있는 액자라서 비유가 아니라 진짜 액자 속 여인과 눈이 마주친다.
아무튼 이까짓게 뭐라고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질질 끌었나 싶어 오늘 또 다시 눈 마주친 김에
마지막 6챕터를 시작했다.
이까짓게 뭐라고 그렇게 무서워 질질 끌었던 내가 옳았던 것 같다.
(엔딩을 보고 나니 찝찝한 건 왤까.)
레이어스 오브 피어는 워낙 이미 출시된 지 시간이 꽤 지나기도 했고 유명한 게임이라
리뷰나 공략보다는 플레이하며 느꼈던 점 위주로 작성해보기로 했다.
는 사실 공략을 작성해 보려고 했는데 1챕터 부터 다시 하기가 도저히 엄두가 안났다.
참고로 나는 이 짓을 3트째 하고 있기 때문
최초로 친구들과 같이 플레이 1트
집에와서 혼자서 다시 처음부터 2트
진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오늘 3트
웃긴건 3트째 하면서도 엔딩은 오늘 처음 봤다는 것
다시 할 때마다 계속 1챕터부터 시작해서 5챕터에서 끝내는 도르마무 매직 덕에
오늘은 그냥 엔딩 목적으로 플레이할 생각으로 그냥 5챕 마지막에서 이어하기로 했다^^
참고로 기왕 작성하는 거 전 챕터를 아울러서 작성하고 싶었는데
이전 챕터 캡쳐본들이 모두 날라갔다....
그도 그럴게 거의 2년 가까이? 묵혀뒀으니 그 사이에 파일 정리한다 어쩐다 하며 함께 날아간 것 같다.
그래서 캡쳐본은 6챕터들만...
개인적으로 이 게임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쥐
작중 주인공은 정말 쥐에 미쳐있다.
내 기억엔 집 구석 구석 쥐덫이 깔려있질 않나
쥐 관련 메모가 즐비하질 않나 했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메모를 통해 이 집에 쥐는 한 마리도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플레이 하다 보면 그가 왜 그렇게 있지도 않은 쥐에 집착하고 미쳐있었는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 게임 스토리의 핵심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주인공이 '쥐'에 미쳐있었던 이유는 바로 화상을 입고 망가져버린 아내의 얼굴에서 쥐를 겹쳐보았던 것 때문인데,
사실 후에 초상화가 나오지만 화상을 입은 아내의 얼굴이 주인공이 오바 육바를 떨었던 만큼은 전혀 아니었다.
쥐는 더더욱이 아니었고
하지만 그는 아무래도 아내라는 존재를 그 자체로 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열장에 수집해둘 트로피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완벽한 인생에 어울리는 완벽한 아내
그래서 더더욱이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에도 아내의 '완벽한' 초상화에 집착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 아내가 다시 완벽해지면 자신의 삶 역시 완벽했던 예전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실제 위 캡쳐본처럼 무너져 내리기 전 잠깐의 완벽한 아내의 초상화는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자신의 완벽한 삶에 어울리는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아내의 모습이기 때문에.
하지만 엎질러진 물은 다시 돌이킬 수 없듯이 아내는 다시 완벽해지기는 커녕 돌아올수조차 없다는 사실을
자신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끝내 완벽했던 아내의 그림은 무너져 내리고 마는 연출이 일어나는 듯 하다.
솔직히 아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 역시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에 아름다웠고 갖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아이까지 갖게 되며
그녀 역시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더 이상 아름답지도(주관적), 피아노를 칠 수도 없었지만 그녀는 정말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인생에 찾아온 시련을 실패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자격지심을 남탓으로 몰아부치는 남편과 달리
재활 치료도 열심히 받는 등 정말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남편과는 정말 다른 멘탈의 인물임을 알 수 있었는데
끝내 이기적이자 완벽만을 추구하는 광증에 휩쌓인 남편으로 인해 좌절하고 절망하여
스스로를 포기하게 된다는 점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엔딩에 따라 주인공이 그러한 아내의 한을 모조리 모른척 묻어둔 채
혼자만 재기에 성공하여 다시 완벽한 화가의 삶을 살아간다는게 정말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내가 보게 된 엔딩은 무한루프 엔딩
이것도 딱히 좋지만은 않다.
끝없이 과거에 집착하여 반복되는 여정을 뜻하니까.
결국 모른척 눈감고 귀막은 채 여정을 끝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미래로 나아감),
모든 미련과 후회, 죄책감으로 인해 그동안의 여정을 멈출 것인지(현재에서 멈춤),
여전히 완벽을 향한 집착을 행할것인지(과거의 영광을 좆아 다시 되돌아감)로 엔딩이 갈리는 것 같다.
참고로 난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이 두 장면의 차이점이 가장 소름돋았다.
6챕터가 끝났을 때 그려진 '완벽'했던 초상화는 곧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서 흉측하게 변한다.
주인공은 거의 완성됐었는데.. 라며 또 다시 재료를 모아 그릴 준비를 하며 지금까지 그렸던 초상화는
버려버린다. 이미 비슷한 초상화들이 즐비해있는것을 보아 지금껏 여러번 그림을 그려왔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그림들 역시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이 장소는 후에 모든 챕터가 끝나고 주인공의 정신 상태가 멀쩡해졌을 때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같이 집이 멀쩡한 상태)
들어가게 되면 오른쪽 사진과 같이 멀쩡한 아내의 초상화들로 보여진다.
간혹 섞여있는 몇 몇의 초상화는 얼굴에 조금씩 화상 흉터가 보이는데,
그렇다한들 전혀 자신의 온전치 못한 정신세계에서 보았던 그 흉측한 모습과 비교할 바는 못된다.
믈론 자신이 병적으로 집착했었던 쥐의 모습과도 겹치지 않는다.
아마 실제로도 아내의 화상 흉터의 상태는 실제 현실과 자신이 바라본 모습에서의 간극이 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참 어떻게 생각해도 아내가 불쌍하다.)
아무튼 결국 나는 이렇게 무한루프 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돌아온 작업실엔 새로운 이젤이 놓여 있고 가려져 있던 천을 내리며
또 다시 재료를 구해 초상화를 완성해야하는 운명,,,
그래서인지 레이어스 오브 피어의 엔딩까지 보고 나면 시작 화면의
'계속하기' 버튼은 '끝내버려.' 로 바뀌어있다.
그가 끝내지 못한 무한 루프
내가 마무리 지어야지.
끝내버려!